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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Life/타다드라이버

타다를 그만 타다

by 고니-gonnie 2019.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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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부업

월급쟁이에게 부업은 꽤나 달콤한 유혹이다. 그런 관점에서 타다는 꽤나 괜찮은 부업이었다. 일단 원하는 날만 일할 수 있고 어찌됐든 저찌됐든 시간을 채우면 나오는 고정수입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타다를 타기 두려워졌고 결국 타다를 그만타게 되었다. 

 

시간당 1만원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타다는 2018년 탄생당시부터 시간당 1만원이라는 나름 파격적인 가격을 들고 나왔었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것저것 다 따지면 시간당 13,000원에 가까운 시급이 책정되었었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유급으로 나오던 휴식시간이 무급으로 바뀌고 근무시간의 경우도 무조건 10시간에서 요일별 시간별 차등이 생기면서 일대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휴식이 무급으로 바뀌면서 휴식을 안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나 역시도..) 그러니 식사는 고사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싸움이 되기 시작했다. 주유 등의 일로 휴식을 쓸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런 걸 일일이 챙겨서 찾는 비용이 그냥 드라이버들한테 유급으로 휴식을 주는게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럴 경우 불법 파견이라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에 그냥 밀어붙인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세금을 까고 그러면 시간당 1만원의 벽이 무너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타다를 타고 있으면 운전석에서 졸도할 거 같고 카니발만 보고 있어도 짜증이 나고 이걸 타러 나간다는 상황도 짜증이 나고 타다에 앉아있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근무환경

타다를 돌리는 카니발들은 이제 많은 건 9만키로를 넘고 있을 것이다. 사실상 최소한의 정비만 하고 있고 차가 퍼져야 뭔가 대응하는 수준이다보니 차 상태도 안좋아지고 있다. 저번에 나는 차를 하루에 2번이나 바꾼 적이 있다. 그리고 호출이 쉴새없이 들어오는데 루틴을 잘못탈 경우 강남에 갖혀서 계속 뺑뺑이만 도는 일들도 비일비재 했다. 

카니발은 덩치가 큰 차인데 강남에 술집골목들에서 많이들 불러댄다. 운전에 나름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도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 많이들 불러댄다. 근데 운전에 취미도 없고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하는 기사들은 과연 그 짜증이 얼마나 올라갈까.. 이건 곳 대 고객 친절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얘기를 하니까 몇몇 사람들은 기다렸다는듯이 타다는 혁신이 없다. 라고 신나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타다에서 속칭 진상들이 많아지고 있다. 빨리 와라 라고 전화부터 해대는 인간들부터 별별 인간말종들을 많이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생계를 위해 나온 드라이버들은 멘탈이 쉽게 무너진다. 부업으로 하는 드라이버들과 생업으로 하는 드라이버들의 멘탈차이는 극명하다. 하지만 타다는 언제나 손님편이다. 

 

기사들

택시든 타다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되느냐가 친절의 척도가 될 거 같은데 현재같은 근무강도에서 시간당 1만원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이버들의 불만이 난리가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타다에서 정해놓은 규칙 (예를 들어 라디오 주파수라던지 손님에 대한 응대라던지) 을 대놓고 지키지 않는 것이 나름의 저항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정의롭다 여기는 무리들이 단톡방에서 시끌시끌하며 선동 아닌 선동을 하고 있다. 사실 대화하는 내용을 보고 있으면 택시기사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전형적인 노예근성에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뭔가 좀 이상한 부류들... 택시기사랑 비슷하다고 본다. 그걸 그동안 시간당 1만원으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그 고삐가 풀린 것이다.

이럴 경우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타다에서는 내가 예상했던대로 기사들에게 당근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당근같지 않은 것들을 제시하고 드라이버는 그냥 새롭게 충원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확실히 때묻지(?) 않은 기사들이 메뉴얼대로 잘하고는 있다. 기사들은 자신이 좀 더 대접받고 케어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열심히 일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꽤 많다. 그 이유는 생업 드라이버의 경우 대부분이 (그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을 수 없는 경우의 사람들이 대리운전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넘어온 케이스가 꽤 많기 때문이다. 

 

최근의 타다

타다는 기사에 나온대로 택시와 극한의 대립을 하고 있고 정부와도 국회와도 척을 지고 있다. 그 와중에 사업을 접네 마네 그러고 있는데 실제로는 차량의 블랙박스를 다 바꾸고 있고 드라이버는 계속 모집하고 있다. 뭔가 표정관리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런 와중에 500억원의 투자를 새로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최대한 개길만큼 개기다가 그냥 카카오와 같은 방식으로 가는게 아닐까 싶다. 

 

정치권

더불어 민주당 의원 하나가 택시의 표를 얻고 싶어서 그런건지 이상한 법안을 내놨다.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택시기사들은 그런다고 더불어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는다. 택시기사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은 그냥 빨갱이 당이다. 김경진이도 이재웅이를 구속하라고 떠들었는데 역시나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택시기사들에게 전라도는 그냥 빨갱이다.

상생? 택시? 혁신?

택시 쪽에선 타다를 이단아로 본다. 노란 번호판도 없는 주제에 감히 이 바닥에 들어와서 니들 다 좆병신이야 라고 하는 그 꼴이 보기 싫은 것이다. 그러면서 앱 따위(...) 하나 달랑 만들어서 골띠기 하는게 무슨 혁신이냐는 무식한 소리를 하고 있다. 택시는 일단 누군가를 불법이다 라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완벽하게 법에서 정한 규칙을 지키고 나서 저런 소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번호판을 거래하고 정해진 복장을 지키지 않고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개인택시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근무복을 지급하고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일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승차거부 등은 그냥 그게 당연한 거라고 깔고 가고 있다. 그래서 타다는 저런 것들을 나름 혁신하겠다고 들이대고 있는데 내가 본 타다의 혁신은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사용자 경험이다. 차가 없거나 배정된 드라이버가 수락을 안하거나 배차를 취소하거나 할 지언정 한번 연결된 드라이버는 손님에게 가서 어디가냐 간다 안간다 실갱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차에 타서도 훈계질도 안하고 태극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군말없이 산꼭대기든 골목길이든 가자는대로 다 간다. 이게 어찌보면 택시에서 나와야 하는 당연한 사용자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혁신이라고 얘기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문제다. 

둘째는 자동배차 시스템이다. 한동안 배차에 대해서 삽질이 많았는데 타다를 그만 타기 얼마 전부터 손님에게 픽업을 가는 그 거리 자체가 굉장히 짧아지고 있다는 것들 느끼게 되었다. 그 전에는 말도 안되는 픽업거리 및 경로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제 데이터가 쌓일만큼 쌓였는지 손님이 있을 법한 곳에 차를 갖다놓는 그 능력이 출중해졌다. 나는 이걸 회사택시에 구독모델로 팔아먹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택시 회사에서는 사납금(불법이다.)을 강조하지 않고 월급제를 시행하며(법인택시회사 중에 월급제를 시행하는 몇 곳이 있는데 대기자가 엄청 많다.) 기사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배회영업을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차를 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택시회사는 최소 서울엔 하나도 없을 것이다. 택시회사는 그냥 기사들 갈궈서 사납금만 뜯으면 되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상생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노란 번호판의 거래를 부추기는 정부 또한 참 이해가 안간다. 잘못된 번호판 거래를 없애고 지자체에서 제대로 신경써서 면허 총 갯수를 관리해야하는데 그런 의지가 없다. 택시는 그냥 피곤하고 귀찮으니까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걸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어떤 더러운 사용자 경험을 하던지 말던지 공무원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제 타다를 그만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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