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에 대하여
들어가며
먼저 이번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이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현 재난상황의 키워드를 노린게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고 니까짓게 뭘 아냐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조종사 분들의 명예 때문이다.
예전에 OZ991편 사고(이하 "991편 사고")가 있은 직후 언론에는 조종사의 고의사고를 의심하는 듯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보통의 항공사고는 조사에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사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비공개이지만 조사가 완료되고 나면 모든 내용을 백서를 통해서 공개한다. 하지만 991편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론에서는 조종사의 고의사고 아니냐 같은 식의 굉장히 음모론적이고 자극적인 제목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사고조사결과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4NWc0R7Ey-o
이 양반이 지금 살짝 이상해져서 지금 커뮤니티에 이상한 글을 싸지르고 있는데.. 위 영상은 991편 사고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든 내용이다. 결과는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고 주변에서 교신을 중계해주던 조종사들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누군가가 죽어가는 과정을 다 듣고 있었다.
지금 언론에 돌아가는 모양새, SNS 에서 자칭 항덕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떠드는 꼴들을 보고 있으면 왜 동체착륙을 했냐 왜 활주로 반대로 왔냐 왜 바다로 안갔냐 같은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내용에 정면으로 반박해 보고자 이 글을 써내려 간다.
봐라 벌써 이런 희대의 개병신같은 뻘글이 올라와서 심지어 저게 맞다고 하는 놈들도 있다. 그래서 결국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 그럴 수 있다. 너는 뭐 되냐? 나는 항공정비사를 7년 했고 자칭 항덕이라는 사람들보다는 항공기를 직접 많이 만져보고 엔진 점검 중에 엔진실속 경험도 해봤다. 어설프게 항덕이라고 하면서 항로나 줄줄 외는 그런 사람들보다는 많이 안다고 자신 할 수 있을 거 같다. (민간항공사 갈려고 땄던 기본면장도 있고)
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을까?
항공기는 유압과 전기로 모든 것을 작동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제주항공 사고 (이하 "2216편 사고")의 경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고 스포일러도 올라가지 않았고 엘레베이터도 올라가지 않았다. 즉, 유압계통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항공기에서는 어떻게 하면 유압계통이 죽게될까?
유압계통의 문제
항공기의 기본개념은 Fail safe 개념이다. 어떤 계통이든 최소 2중 이상의 백업구조로 만들어진다. 엔진이 Flame out 될 경우 APU나 RAT 로 전기와 유압을 생성한다. 항공기에서 작동하는 유압의 힘은 3,000psi 이다. 이게 어떤 힘이냐면 우리가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포크레인의 유압계통은 300psi 다. 즉, 항공기의 유압으로 작동되는 모든 부분은 포크레인의 10배 정도의 힘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 항공 정비를 배우게 되면 절때 조종면 틈새에 손가락을 넣지 말라고 배운다. 잘못 움직이면 손가락 하나 정도는 그냥 아무일 없이 잘라버릴 수 있다.
그러면 저 엄청난 힘을 생성하는 곳은 바로 엔진 밑에 붙어있는 GearBox 이다. 여기에 발전기와 유압펌프가 구성된다. 항공기 터빈엔진의 회전력을 받아서 작동한다. 이게 엔진에 하나씩 두개가 있다.
그런데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못했고 모든 조종면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유압이 없다는 소리와 같다. 이건 엔진 2개가 모두 어떤 이유에서인지 Flame out 이 되었고 재시동에 실패한 것이다. 즉, 예상컨데 2216편은 첫번째 착륙 중에 어떤 이유로 GA 를 했는데(그게 측풍이든 배풍이든 조류든 뭐가 되었든) 통상의 고도인 5,000ft 까지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아 어프로치 혹은 GA 단계에서 버드스트라이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랬기에 5,000ft 까지 올라가서 장주패턴을 돌고 원래 접근했던 19도 활주로 (19번 활주로는 잘못된 표현이다. 활주로에 붙는 숫자는 방위각이기 때문이다.) 로 다시 접근할 수 없었고 사실상 남아있던 에너지를 통해서(그래서 왠지 GA과정에서 버드스트라이크가 생긴게 아닐까 싶다.) 글라이더와 같은 활공상태로 180도 를 돌아서 010도 활주로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난 이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737-800 항공기의 경우는 fly-by-cable 방식이어서 유압이 죽어도 엄청난 힘을 주면 조종면이 작동은 할 수 있다. 차로 치면 논파워스티어링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걸로 항공기를 180도 잡아돌린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자. 왜 항공기의 유압계통은 3,000psi 일까? 그만큼 큰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에어론과 엘레베이터 같은 조종면만 봐도 항공기 속도 + 공기마찰까지 이겨내야 조종면을 작동시킬 수 있다. 그것도 천천히가 아니라 빠른 조작이 들어오면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해야한다. 그래서 3,000psi 라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근데 그걸 사람 힘으로 잡아돌린 것이다.
또 있을 수 있는 일은 일본항공 123편에서 있었던 문제처럼 유압계통을 구성하는 일부분이 파괴되어서 작동유가 모두 빠져나가버리면 유압펌프는 작동해도 작동할 작동유가 없기에 계통이 죽어버릴 수 있다. 당시 사고는 항공기 뒷쪽의 수리했던 벌크헤드 구조부분이 여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갔고 그러면서 러더와 엘레베이터 쪽의 유압파이프에 손상이 생겨서 작동유가 다 누유되어버린 것이다. 그 증거로 후미쪽 벌크헤드를 수리한 부분에는 항상 누런 때, 니코틴이 묻어있었고 (당시에는 항공기에서 흡연을 할 수 있었던 낭만? 야만?의 시대였다.) 그 부분이 여압을 견디지 못하고 뜯겨져 나가버렸다.
2216편 사고를 보고 있으면 오른쪽 엔진에서 전형적인 화염방사 장면과 잘 보면 왼쪽 엔진에서도 배기구로 뭔가가 튀어나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그런 정황으로 미뤄보았을 때, 엔진 두개가 같이 flame out 된 것으로 추측한다.
왜 바다로 가지 않았냐
다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거 같은데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다. 물 수제비를 던져보신 분들 있으실텐데 항공기가 바다에 내렸다면 필히 그렇게 됐을 것이다. 허드슨강의 기적 같은 영화는 진짜 기적적으로 발생한 일이기에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A5FMFVbVZ0
유명한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의 바다 동체착륙 영상이다. 해당 항공기는 하이재킹을 당했고 연료가 떨어져서 바다에 내리게 된 것인데 결과는 이렇게 된다. 앞으로 더 이상 바다로 왜 안갔냐 나는 식의 무식한 소리는 안들었으면 좋겠다.
왜 기수를 들고 있었나
이걸로 말이 많다. 난 추측하건데 기수를 내릴 수도 없었고 (유압상실) 기수를 내렸다면 분명 yawing 이 생겨서 항공기가 좌우로 흔들리거나 뒤틀리며 전복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더 큰 피해를 일으켰을 것이다. 라고 조종사는 생각한 거 같다. 내가 본 화면에 의하면 정말 굉장히 부드럽게 접지했고 항공기에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다. 그래서 조종사는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기수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원래 그렇게 있으면 안되는 물건이니까
왜 속도가 빨랐나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많이 없더라. 항공기를 감속시킬 수 있는 것은 에어브레이크(여객기에서는 스포일러가 그 역활을 한다. 그래서 착륙하고 날개 위를 잘 보면 일제히 뭔가가 튀어올라온다. 그게 스포일러이다. 한쪽씩 작동할 때는 roll 을 만들고 양쪽이 동시에 올라오면 브레이크 역활을 한다.) 플랩 정도가 있고 지상에 내려오면 휠 브레이크, 트러스트 리버스 같은 게 있다. 근데 하나도 작동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속도가 빨랐고 무엇보다 B737 항공기의 역사를 보면 설계 상의 이유로 경쟁기종인 A320 보다 꽤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접근해야한다. 이유는 B737 자체가 오래 전에 만들어진 항공기인데 계속 설계를 변경해서 크기를 키우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고 737MAX 의 경우는 비행컴퓨터를 통해서 관련된 부분을 보정하다가 문제가 발생해서 초반에 추락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안그래도 제동할 수단이 전무한데 기종 특성상 접근속도까지 빠르니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폭발했나?
연료가 많아서다. 원래 동체착륙을 하려면 비상선언을 하고 dumping fuel 을 하고 공항소방대가 활주로에 폼을 뿌리고 활주로 끝에는 초과저지시설 등이 세팅되어야 하는데 2216편은 both engine failure 상태 즉, 추력을 상실한 상태이기에 이런 걸 할 수 없었다 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항공기는 바로 다음에 무안에서 제주까지 비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즉, 방콕에서 방콕 무안까지, 그리고 무안에서 제주까지의 연료를 싣고 있었을 것이다. 민항기는 날개에 연료탱크가 있다. 동체착륙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날개때문이다. 그런데 활주로 끝에 로컬라이저를 세우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날개가 만나서 충돌하게 되니 다량의 연료가 뿜어져 나오게 될 것이고 가열된 기체에 접촉하는 순간 폭발할 수 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7_En2xEm4
비슷한 예로 포뮬러 1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이 경우 사고가 나면서 차가 두동강이 났고 탑재되어 있던 연료가 다 쏟아져 나오면서 불이 나버렸다. 차도 이정도인데 항공기는...
랜딩기어 손으로도 내릴 수 있다며
그거 내리는데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근데 그걸 부기장이 해야해는데 항공기는 추력을 상실한 상태의 글라이드 상태면 부기장은 속도 고도 활공각을 감안한 최대 비행거리 같은 걸 계산해야한다. 부기장이 저걸 내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아직까지는 991편 사고처럼 언론을 등에 엎고 조종사를 이상하게 몰아가는 일은 없지만 언제든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SNS 에서 항덕들이 떠드는 꼴을 보면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항공종사자로서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고 추력을 상실한 flame out 된 항공기를 그냥 추락시킬 수 없어서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잡은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조종사 베테랑이라며 왜 사고냈어 식의 항공종사자들을 욕보이는 그런 뻘글이 없길 바래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난 이번 사고에 로컬라이저를 세워둔 콘크리트 구조물이 꽤 비중이 크다고 생각된다. 그냥 활주로 끝단에서 얼마 이상만 떨어져 있으면 뭘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라는 식인 거 같은데 (왠지 국내규정이 그러할 듯) 세계 어느 공항도 저걸 저렇게 만든 곳이 없다. 저렇게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이유는 활주로를 지나서 로컬라이저가 위치한 곳이 아래로 꺼지는 형태여서 활주로와 높이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원래대로라면 활주로를 벗어난 구역에 흙을 덮어서 높이를 맞추는게 맞다. 하지만 그게 다 돈이니 이런 꼴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다.
항공안전은 피로 만들어 진다는 말이 있다. 즉, 사고가 한번 나서 누군가가 희생되어서 그 댓가로 문제점이 발견되고 고쳐진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런 콘크리트 구조물 형식의 로컬라이져가 이 나라 공항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게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일 거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