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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ing Life

퇴사

by 고니-gonnie 201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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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력서는 많이 더럽다.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전무하다. 사실 퇴사사유의 80%는 권고사직이었다. 내가 다니기 시작하면 회사가 맨날 어려워졌다 -_-;; 덕분에 이제 큰 회사는 가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ReactJS를 가지고 하이브리드 앱을 만드는 일을 했다. 원래 angular가 평정하는 듯 싶었는데 속도를 앞세운 React가 나타나서 판을 흔들어버렸다. (물론 angular2의 경우는 React를 압도한다는 말들이 많다.) 덕분에 React를 짧고 굵게 맛보게 되었다.

React의 특징은 단방향 데이터 흐름이 있는데 이게 정말 명확하고 좋았다. 객체지향으로 구조화되고 각 class별로 모든 데이터를 객체로 넘겨버린다. (덕분에 초반에 꽤나 고생을 했었다. 배열과 객체는 비슷한 듯 다른.. ) 그래서 객체라는 것에 대해서도 짧고 굵게 찐하게 맛보게 돠었다.

기술적인 스펙으로는 정말 꿀릴 게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심지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항상 사람이었다. 경력 초반에는 최고의 복지는 그저 돈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갈수록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문화가 생겨났는데 이번 회사에서 그걸 아주 제대로 겪게 되었다. 굳이 얘기하자면 기술과 인생을 제대로 배운 거 같다.

다니던 회사는 일본의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돈이 정말 많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방만하게 운영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것보다 사람을 정말 제대로 뽑지를 못했다. 조직 특성과 성격은 분명 스타트업인데 뽑아놓은 개발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는 닷넷기반의 웹서비스를 만들고 거기에 인터페이스를 씌어서 만들 계획이었는데 back-end개발자가 태업을 하기 시작했다. 즉, 일을 안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람에 대해 아무도 터치를 못하고 있었다. 본부장 급의 중간관리자는 프리랜서(...)여서 피 묻히기 싫어서 그런 거 같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다 같은 팀장(...)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기술스택이 javascript 기반으로 바뀌게 되었다. 태업하던 개발자는 api와 db를 개발하는 것으로 역활이 바뀌었는데 역시나 하지 않았다. 그러니 프로덕트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조직 분위기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러다 또 다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세팅을 하는데 이번에 ReactJS를 도입한 것이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일이 있은 이후로 조직분위기가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먼저 선도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없고 뒷짐들만 지는 식으로 흘러가고 누구하나 책임지기 싫어하는 책임 전가하는 식의 조직 문화가 생겨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즉, 방어적인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죽은 조직이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믿고 의지하던 리드개발자는 퇴사해버리고 그 후로 사무실에서 들리는 말은 "웹이 별루다"라는 소리 밖에 안들렸다. 

태업하던 개발자는 내보내고 안드로이드 하던 사람이 넘겨받아서 진행했는데 하기 싫은 작업인건지 무슨 일만 있으면 다 웹이 별로다. 웹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따지고 보면 안드로이드에서 블루투스를 사용해서 비콘과 통신하는 모듈을 개판으로 해놓고서 안드로이드 웹뷰에서 성능이 엉망인 것을 웹이 별로다 라고 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때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React를 처음 도입해서.. 배우면서 하는 과정이라 9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매일 밤 10시에 집에 들어갔다. 로직을 또 점검하고 그렇게 봐도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와중에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앱을 만들어야 하는 인간들은 그런 작업을 하지 않고 12월 중순이 되서야 끄적끄적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하이브리드 앱은 앱을 입혀봐야 진정 버그나 오류를 잡을 수 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앱을 입혀보니 문제가 팡팡터지는데 무조건 웹이 별로다. 웹이 문제다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도한 결과 4개월여 만에 퇴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IT기업은 특히 스타트업은 사람이 큰 재산이다. 좋은 사람을 뽑아서 좋은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이서 이 회사는 그런 모든 것에서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는 결국 제품이 엉망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한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조직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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